2025년 도입되는 디지털 교과서란? 교육 전문가 이지은 선생님 인터뷰
2024.02.01교육부가 2025년부터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해 학생 맞춤형 디지털 교육시대를 실현하겠다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역량과 배움의 속도에 맞는 '맞춤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학생 개개인을 인재로 키워나갈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이 AI 디지털교과서가 도대체 무엇이고, 우리 교실 속 어떤 기대효과를 불러올지 15년차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즐거운 초등영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은 선생님을 인터뷰로 자세하게 알아볼까요?
Q. 2025년부터 도입되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정의와 e-교과서의 차이점은?
09개정교육과정에서 디지털교과서가 최초로 도입이 되었는데요. 이번 2022개정교육과정에따라 2025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디지털교과서는 AI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AI는 인공지능이라는 뜻이지요. 즉, 기존의 디지털교과서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바로 이 지점을 들 수 있습니다. 기존의 디지털교과서는 종이책을 디지털화해서 옮겨 놓은 것으로 일방적으로 디지털화 된 자료를 읽거나, 음성, 영상 등을 시청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도입되는 AI디지털교과서의 경우는 쌍방향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학습 중 모르는 것이 나오면 질문을 하거나,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보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개별화 교육의 시작을 예고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학생이 개별적으로 모르는 지점에 적극적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질문을 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Q.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작년 2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교육비전으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선포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개별화 교육, 맞춤 교육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디지털세대들을 위한 새로운 소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기성세대의 교육방식을 답습하기 보다는 지금 우리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국면의 에듀테크 도입이 시급하며, 이를 위기라고 여기기 보다 기회로 삼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취지입니다. 즉, 신기술은 안전하고 책임감있게 사용하도록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평등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에 있습니다. 지역, 소득, 계층 간에 차이가 나지 않도록 맞춤 교육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Q.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한 다른 나라의 사례가 있나요? 도입 시 기대되는 효과는?
실제로 우리나라와 같이 공교육에서 일괄적으로 교과서를 통일해서 사용하거나 디지털교과서를 국가차원에서 개발하는 사례가 많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교과서도 자유발행제에 따라 개발하므로 의무 사용이라기 보다는 교사의 활용 역량이 더 크게 좌우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AI툴 역시 사기업의 에듀테크 기술을 교사 또는 학교 차원에서 일부 차용하여 사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미국의 알렉스(ALEKS) 같은 프로그램이 그러합니다. AI수학 학습 툴로 학생의 상태를 진단하고,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개별화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알렉스의 목적도 모든 학생들에게 균등한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수포자라는 말이 당연시되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지점의 문제를 개별 맞춤화하여 지도해준다면 기대되는 효과가 크며,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Q. AI 디지털교과서가 보급되면 앞으로는 디지털교과서만 사용해서 수업이 진행되나요?
교실과 수업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합니다.
발표된 바에 의하면 적어도 3년 정도는 서책과 병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디지털교과서로 만들어질 교과목은 2025년 영어, 수학, 정보, 특수 국어, 2026년 이후에는 국어, 사회, 과학, 실과 및 기술가정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기존에는 앞에 큰 칠판 또는 화면을 두고 선생님을 바라보며 수업에 임했던 모습이라면 앞으로는 개인 디바이스를 책상 위에 두고 진도를 나가며, 학생 개인별로 제공되는 피드백과 개별 과제에 따라 학습을 하게 될 것입니다. 서책이 존재하긴 하지만 사실상 온라인으로 소통하게 됩니다.
Q. 과목별 AI 디지털교과서의 특징이 있을까요?
수학과 영어 등 주요과목에 대해 간단히 예상을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학의 경우 먼저 학생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추어 개별화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AI디지털교과서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진단 후에 문제은행 형식으로 탑재된 문제들 중에서 학생의 수준에 맞는 것들을 제시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어의 경우는 원어민 교사가 모든 학교에 상주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겼던 불편함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이고, 향후에는 ChatGPT 등의 기술과 같이 생성형 AI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학습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AI와의 대화, 영어 글쓰기 첨삭 등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학습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Q. 변화된 교과서에 따라 수업의 방식도 바뀔 것 같은데 어떤 형태로 변화될까요?
그 중에서 영어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 드리겠습니다. 기존에 서책 중심에서 디지털 디바이스를 사용하게 됩니다. 영어과목의 경우 기존 디지털교과서가 존재했기 때문에 교사가 적응하는 시간은 타과목보다 덜 들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우선 기존의 멀티미디어 자료 및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제공했던 것에 상호작용 활동을 추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교사가 학생에게 영어 영상 또는 활동지 콘텐츠를 제공하면 제공받은 콘텐츠를 학습 후 즉각적으로 자료 또는 과제를 교사에게 제출할 수 있습니다. 과제를 제출받은 교사는 학생에게 개별 피드백을 주게 됩니다. 또한 학생은 다른 학생이 제출한 과제를 보고 댓글이나 추가 의견을 달 수도 있게 설계되어 또래 집단의 상호작용도 가능케 합니다. 뿐만 아니라 챗봇을 이용해 수업 중 교사에게 직접 물어보지 못하는 질문을 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시스템 상 보상 기능(칭찬도장, 격려메시지 등)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단체 액티비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개별화 수업이 추가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 과목 별로 디지털 교과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학습 방법이 있다면요?
AI 디지털교과서는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입니다. 즉, 어떤 부분에서는 교사를 대체할 수 있는 영역도 존재합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학생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잘 활용하려면 기존의 수동적인 방식보다는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고 참여하는 학습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Q. 저학년 아이들이 사용법을 올바르게 숙지할 수 있는 교육 프로세스도 있을까요?
현재 AI디지털교과서는 3학년 학생이후로 제공될 예정이기 때문에 저학년은 해당이 없습니다.
Q. 1:1 학습, 맞춤학습 외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 다문화 학생 등을 위한 기대 효과가 있을까요?
현재 교육부 가이드, 권고사항으로 화면해설, 자막, 다국어 번역 기능 탑재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또한 느린 학습자를 위한 개별화 교육이 가능하며, 필기가 어려운 특수 학생들을 고려한 편리한 조작을 제공하게 됩니다. 즉,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방안은 늘 마련된 상태로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2025년 버전에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초기 단계의 AI디지털교과서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Q.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기 전에 학생들이 대비하거나 준비해야 할 역량이 있을까요?
디지털리터러시라는 말은 이미 익숙하실 겁니다. 기성세대와 달리 지금 교실 속 학생들에게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를 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으며,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여 가짜뉴스를 판별해 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종이책으로 문해력을 바탕으로 해야 함을 잊지마세요.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역량은 바로 메타인지 능력입니다. 자신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것을 모르고, 어떤 것은 아는지에 대한 구분 능력을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진정한 맞춤, 개별화 교육을 했을 때 보다 효과적으로 성취를 할 수 있습니다.
Q. 학부모님의 입장에서 준비해야 할 사항도 있을까요?
학부모님들이 준비하셔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마음가짐입니다. 우리 세대와 우리 아이들의 세대가 전혀 다른 세대임을 인정하고, 그들의 문화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아이들과 평소에 대화를 많이 나누며, 소통하고, 공감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을 기술적인 부분으로 따라잡기는 힘든 것이 우리입니다. 그렇기에,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수용해주면서, 그들과 소통하는 자세가 결국 아이들의 메타인지와 디지털감수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스마트기기 중독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 이유가 신기술이 가진 위험성을 바르게 인식하고 이를 안전하고 책임감있게 사용하도록 가르치는 것에 있습니다. 전혀 스마트 기기를 접하지 않았던 학생이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육용 자료에 중독현상을 보이는 일은 발생 확률이 현저히 낮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학습 동기가 떨어지고, 학습의 흥미가 없었던 학생들이 새로운 기기를 활용함으로써 흥미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며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 학생이라면 생산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점을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가정에서는 그런 면을 강조하여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것이 좋은 소통방법입니다.
Q.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우려 사항과 가정 내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또한 학생의 고유한 능력과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툴이라고 생각하고 과의존하지 않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여전히 종이책을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지속시켜주세요.
Q. 선생님이 생각하는 미래 인재상은?
디지털교과서가 처음 도입되던 해 저는 영어교과서를 개발하던 팀에 있었습니다. 직접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면서 ‘이게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번에 수많은 기술을 넣을 수는 없었지만 이 계기로 수년 후에 큰 발전을 이룰 수 있겠다고 확신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기에 있습니다, AI디지털교과서도 이제 시작입니다. 더 나은 학습 환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만큼 교사, 학생, 시스템이 잘 맞물려 돌아가기를 희망합니다. 학생들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자신이 학습의 주체라 여기고 주도적으로 학습을 해나갈 역량을 갖추어야 하고, 교사는 개별 학생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이끌어가야 할 것입니다. 기술의 발달이 가속화된다고 해도, 결국 그 기술은 모두 인간을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기술에 압도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을 도구로서 자유롭게, 또 비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재가 되도록 세팅값을 가져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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