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초등교사가 알려주는 자기 주도적 시간 관리 능력 키우는 방법
2024.02.15시간은 참 소중합니다. 그리고 젊다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젊음’이 그저 부럽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저도 학교에서 저희 반 아이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선생님이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책을 많이 읽고,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외교관이 되고 싶어요. 세계를 무대로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구촌을 무대로 살고 싶은 꿈이 있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번쯤 해 보지 않으셨나요?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른들은 많은 세월을 거치며 살아 왔기 때문에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것을 잘 모르고,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10대에는 시간이 10km의 속력으로 천천히 지나고, 20대에는 20km, 30대에는 30km, 40대에는 40km, 그리고 50대에는 50km의 속력으로 빠르게 지나간다고... 정말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해군 장교로 군 생활을 했습니다. 24살 소위 때 해군 함정을 처음 탔는데 당시 40살 함장님은 중령으로 거의 신적인 존재였습니다. 배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다 알고, 어떤 어려움도 능수능란하게 해결하시는 모습을 보며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깨달은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제가 함장님의 나이가 되어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성세대는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며 청춘을 그리워하고,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며 빨리 시간이 흐르기를 바랍니다.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알려 주세요.
저는 매일 아침 학교에 일찍 출근하는 편입니다. 보통 학교에서는 1교시 수업 시작 전 20-30분 정도 <아침 활동 시간>이라고 하여 담임교사 재량의 활동을 합니다. 저는 주로 자율적으로 독서 시간을 부여합니다. 아이들이 아침 활동 시간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면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학교에 왔으면 조용히 책을 보거나 그날 시간표를 확인한 후 미리 교과서를 살펴보면 좋으련만 현실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전혀 다릅니다. 차라리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접기를 하는 아이들은 괜찮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아침 활동 시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실제로 절반 정도의 아이들은 그냥 아무 것도 안 합니다. 물론 담임교사가 책을 읽으라고, 또는 교과서를 미리 살펴보라고 시킵니다. 하지만 말을 할 때에만 책 읽는 시늉을 하고, 잠시 후 보면 마찬가지로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결국 시간을 허비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알려 주며, 시간 관리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셔야 합니다. 크게 4가지 방법으로 아이들의 시간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① 첫째, 본인의 시간 사용 패턴을 분석해서 아는 것이 우선입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 오래 있는 아이,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는 아이 등 다양합니다. 아이들마다 본인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패턴과 특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제 아들은 초등학교 때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저는 5분이면 충분한데 아들은 20분 이상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 책을 가지고 들어가서 읽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본인의 세세한 시간 사용 패턴까지 알지 못하고,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평소 본인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게임을 좋아하는데 부모님이 말리지 않으면 몇 시간이고 계속 게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서 첫 번째 중요한 요소는 바로 본인의 시간 사용 패턴을 분석해서 아는 것입니다.
② 둘째, 매일 시간 관리 노트를 통해 반성하고 확인합니다.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시간 사용 패턴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제 아이가 화장실에 너무 오래 있어서 제 스마트폰의 타이머로 시간을 체크해서 직접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본인이 화장실에 오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아이에게는 익숙하고, 시간 감각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일일이 아이들을 따라 다니며 시간을 체크하고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시간 관리 노트를 작성해야 합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아이가 매일 공책에 본인의 일상을 시간 순서대로 기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토요일의 경우 아침 08시 기상, 09시까지 아침식사 및 TV 시청, 10시까지 영어 동화책 읽기, 12시까지 동생과 보드게임, 오후 1시까지 점심 식사, 오후 2시까지 수학 문제집 풀기 등등. 그러니까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면 본인의 하루 생활 계획을 수립한 후 실제로 그것을 지켰는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계획 옆에 기록하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귀찮고, 중간에 기록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피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중요한 방법입니다.
③ 셋째, 자투리 시간의 효과적인 사용입니다.
“자투리”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일정한 용도로 쓰고 남은 나머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즉, 주말 가정에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식사 하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 또는 동생과 보드게임을 하고 나서 점심 먹기 전까지의 시간 등이 바로 자투리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자투리 시간에는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이 있는 아이들은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며 시간을 허비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자투리 시간이 모여서 한 달, 일 년이 되면 그것의 무게는 상상 이상입니다. 자투리 시간의 효과적인 사용은 비단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수학 문제 풀기, 과학이나 사회 주요 개념 암기하기, 영어 단어 외우기, 시 한 편 읽기 등도 바람직합니다. 운동 측면에서는 집에 있는 실내 자전거 10분 타기, 스쿼트하기, 스트레칭하기도 아주 좋은 자투리 시간 활용법이 되겠습니다. 자투리 시간의 효과적인 사용은 아이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부모님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주시고, 아이와 함께 실천하신다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④ 넷째,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결정하고 실천합니다.
성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어떤 일을 할 때, 또는 공부를 할 때 무엇을 먼저 해야 되는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 단어를 먼저 외울지, 수학 문제를 먼저 풀지... 또한 공부를 할지, 책을 읽을지, 숙제를 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에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결정하고, 그에 따라 실천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노는 것보다는 “공부 먼저 하기”,“책 먼저 보기”가 중요합니다. 즉, 내가 오늘 꼭 해야 할 일 중 우선순위를 정해서 그것을 먼저 하고 나서 휴식을 취하거나 취미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요즘 아이들은 변덕이 심하고 집중력이 부족해서 공부도 대충하고, 그렇다고 잘 놀지도 못하며 흐지부지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도 20대 80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24시간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집니다. 어떤 사람은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누어 치열하게 생활하며 하루 하루 알차게 보냅니다. 또 다른 사람은 시간을 허비하며 무료한 생활을 보냅니다. 당연히 두 사람의 인생은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의 효율적 활용은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게 됩니다. 시간에 있어서도 20대 80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즉, 중요한 20%의 일에 80%의 시간을 집중하고, 사소한 80% 일에 20%의 시간을 할애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공부”라는 중요한 일에 80%의 시간을 집중하며, 휴식이나 게임, 놀이 등에 나머지 20%의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그것이 뒤바뀌거나 반대로 진행되면 안 됩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실천할 수는 없습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옆에서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시간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간을 효과적으로,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 주셔야 합니다.
⑤ <5분 시간 맞추기> 활동을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
부모님이 자녀에게 “시간이 소중한거야”, “제발 시간을 아껴써라!”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체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가정에서 <5분 시간 맞추기> 활동을 해 보시면 좋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 4단원 “아껴 쓰는 우리”중 3번째 주제 ‘시간을 아껴 쓰기 위해 바르게 판단해요’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인 활동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이 눈을 감도록 하고, 시간을 잽니다. 5분이 지났다고 생각하면 손을 들게 합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러간 5분의 시간이 어떻게 느껴졌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사람마다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경우에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끼거나 빠르게 간다고 느끼는지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해 봅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수업시간은 40분, 쉬는 시간은 10분입니다. 방금 실시한 ‘5분 시간맞추기’는 쉬는 시간 10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간입니다. 아마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고, 원하지 않는 어려운 일을 할 때에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흥미와 즐거움에 따른 시간의 상대적 차이는 몰입(Flow)의 유무에 따른 결과이기도 합니다. ‘5분 시간 맞추기’와 같은 활동을 하여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똑같은 시간의 양을 사람마다 어떻게 다르게 쓰는지,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정도가 다름을 이해하도록 이야기를 나누면 좋습니다. 5분의 시간이 2번 모여서 10분의 쉬는 시간이 되고, 그 시간들이 쌓여서 하루 24시간이 이루어집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사용하는지에 따라 사람의 인생이,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지나간 시간을 아까워하고, 아쉬워합니다. 하지만 그리워한다고 흘러간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이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시고, 앞으로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꼭 이야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후회 없는 하루 하루가 쌓여 나갈 때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가 보일 것입니다.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라는 그리스 극작가 소포클레스(Sophocles)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시간은 참 소중하며, 중요합니다. 그것을 우리 아이들이 알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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