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영어 선행학습, 속도보다 깊이가 먼저다
2024.12.30더 빨리, 더 많이가 정답일까?
"아이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얼마나 앞서 가르쳐야 할까요?" 요즘 많은 학부모가 고민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서 우리는 '얼마나 앞서가야 하는가'보다 '선행학습이 필요한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선행의 필요성을 당연히 전제한 채, 그 범위만 궁금해하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선행학습의 효용성입니다.
20년간의 교육 경험에서 발견한 진실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공통점은 '얼마나 앞서 배웠는가'가 아닌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였습니다. 선행의 양이 아닌 학습의 질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사례가 많습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의 학부모가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고등학교 내용까지 다 배웠는데도 성적이 안 오르네요." 그러나 실제로는 기초 문법도 헷갈리고 있었죠. 앞서 나가기 바빠 정작 꼭 필요한 기본기가 부실했던 것입니다.
선행학습, 언제 어디까지가 적당한가
선행학습이 필요한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습 부담을 분산시켜야 할 때입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방대한 내용을 미리 준비하면 입시 준비가 수월해집니다.
둘째, 아이의 학습 속도와 이해력이 또래보다 뛰어날 때입니다. 수업 시간에 지루해하거나 추가 학습을 원하는 경우, 적절한 선행학습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셋째, 특정 과목이나 영역에서 뚜렷한 목표가 있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해외 유학을 준비하거나 특목고 진학을 계획하는 경우, 체계적인 선행학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단, 한두 단계 이상 앞서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교과 과정은 학년별 인지발달 단계를 고려해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선행학습의 부작용은 큽니다. 가장 큰 문제는 '표면적 학습'입니다. 겉으로는 앞서 나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깊이 있는 이해 없이 단순 암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태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죠. 기초가 부실한 상태에서는 심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습 피로도'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재 학년의 공부만으로도 매우 바쁜데, 다음 학년 내용까지 더해지면 피로가 누적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영어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죠.
진짜 실력은 심화학습에서 온다
심화학습은 현재 학년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효과적인 심화학습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맥락 중심'의 학습입니다. 영어는 맥락의 언어입니다. 같은 '손님'이라도 customer, client, guest는 각각 다른 상황에서 쓰이죠. 레스토랑의 손님은 customer, 변호사 사무실의 의뢰인은 client, 호텔의 투숙객은 guest라고 부릅니다. '친절한'이란 뜻의 kind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현됩니다. 사람의 성격을 설명할 때는 kind, 배려하는 행동을 설명할 때는 considerate,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설명할 때는 courteous를 사용합니다. 이처럼 단어 하나도 쓰이는 맥락에 따라 의미와 쓰임이 달라집니다.
문법 역시 맥락의 이해가 핵심입니다. 중학교 1학년 과정의 be동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I am happy"와 "I am a student"에서 쓰인 am은 같은 be동사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전달합니다. 전자는 감정 상태를, 후자는 신분이나 직업을 나타냅니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더 복잡한 문법도 이런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가령 현재완료 "I have lived in Seoul"이란 문장은 단순히 '서울에 살았다'가 아니라, '서울에서 살았던 경험이 현재의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맥락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할 때 비로소 문법이 실제 의사소통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깨닫게 됩니다.
둘째, '반복 학습'이 아닌 '나선형 학습'을 추구해야 합니다. 나선형 학습이란 같은 내용을 단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토대로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가는 학습 방식입니다. 마치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듯 조금씩 높은 단계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시기의 나선형 학습은 마치 운동선수의 기초 체력 훈련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There is/are' 구문을 배울 때를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There is a book on the table"과 같은 간단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There are many interesting books in the library"처럼 형용사를 추가하여 문장을 확장합니다. 더 나아가 "There seems to be a problem"과 같은 고차원적 표현으로 발전시킵니다. 또 다른 예로 'want' 동사 학습을 들 수 있다. "I want a pizza"라는 단순한 문장에서 시작해, "I want to eat pizza"로 발전하고, 최종적으로는 "I want you to help me with my homework"와 같은 복합적인 표현까지 나아갑니다. 이처럼 기본 개념을 토대로 점진적으로 심화시켜 나가는 것이 나선형 학습의 핵심입니다.
셋째, '입력'과 '출력'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듣기와 읽기 자료만 잔뜩 제공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하지만 진정한 언어 습득을 위해서는 배운 내용을 말하고 쓰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수준에서 제대로 된 말하기, 쓰기 연습이 이루어져야 다음 단계로의 발전이 가능합니다.
입력과 출력의 균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실제적 출력' 기회의 제공입니다. 단순히 교과서 문장을 따라 읽거나 베끼는 것이 아닌, 자기 생각과 경험을 표현하는 진정성 있는 출력 활동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과를 영어로 말하거나 좋아하는 책의 줄거리를 영어로 써보는 활동은 배운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실수는 학습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오히려 이를 통해 더 정확한 언어 사용을 배우게 됩니다.
더불어 언어 습득의 자연스러운 순서도 고려해야 합니다. 마치 한국어를 배울 때 '듣기→말하기→읽기→쓰기' 순으로 발달하듯이, 영어도 비슷한 경로를 따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기능이 완벽해져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네 가지 기능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함께 발전합니다.
깊이 있는 학습의 중요성
이러한 심화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굳이 무리한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아이는 충분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며, 양이 아닌 질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탄탄한 기초 위에 차곡차곡 쌓아올린 실력이지, 허술한 기초 위에 성급하게 올린 선행학습의 모래성이 아닙니다.
영어학습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빠른 출발보다 꾸준한 페이스가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즐기며 배우고, 깊이 있게 이해하며 성장할 때, 진정한 영어 실력이 길러집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 학년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는 데 집중하고, 선행이 아닌 심화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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