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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생 부모 에세이] 아이들의 '내꺼 쟁탈전', 장난감 전쟁에 대처하는 방법

경로
윤선생 학부모님들을 위한 부모 에세이 세 번째 주제는 아이들의 "내꺼 쟁탈전", 장난감 전쟁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의 다툼을 중재하느라 고심하실 텐데요. 오늘의 에세이는 아이들의 소유욕을 다스리고 다툼을 중재하는 선배맘의 특별한 노하우를 담고 있습니다. 함께 보실까요?


아이들의 장난감 전쟁에 대처하는 방법


저는 딸-딸-아들, 삼남매 중 둘째입니다. 지금이야 어른이 됐으니 첫째는 첫째 나름의 설움이 있고 둘째는 둘째 나름의 설움이 있다는 걸 알고있지만 어렸을 때는 둘째인 제 설움만 크게 보였었습니다. 대부분 언니 옷을 물려받다보니 늘 새 옷을 입는 언니가 부러웠고, 성별이 달라 또 새 옷을 입는 동생이 얄미웠습니다. 어린 마음에 ‘나는 나중에 엄마 되면 아이를 두 명 낳고, 첫 째랑 둘째는 무조건 똑같이 해줘야지’ 다짐했었습니다.

정말 아이를 두 명 낳았습니다. 첫째인 웅이 옷을 살 땐 둘째인 결이 옷도 샀고, 둘째 옷을 물려입힐 땐 첫째 옷도 물려 입혔습니다. 과자도 똑같이 한 봉지씩, 소시지도 3개씩 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과자 한 봉지를 비우고, 결이가 남긴 과자를 먹고 있던 웅이가 묻더군요. “엄마, 나는 결이 보다 키도 크고 몸도 큰데 왜 똑같이 먹어야 해? 더 큰 사람이 더 많이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고보니 웅이는 늘 과자를 더 달라고 했고 결이는 과자를 남겼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는 공평해야 한다는 이유로 똑같은 양을 주고 있었고요. 





#똑같이 대하기? 필요에 맞춰 대하기!

아차 싶더군요. 웅이 말이 맞았거든요. 공평함을 잘 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동심리학자 아델 페이버가 형제자매를 키우는 부모들은 자녀를 똑같이 대하려고 하지만 “똑같이 대우하면 오히려 불공평해진다”고 했거든요.

무슨 말인가 싶은데 페이버는 이런 예시를 들었습니다. 한 젊은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은 당신 어머니와 나 중 누굴 더 사랑해요?’라고 물었답니다. 보통 남편들은 아내도 어머니도 소중하기에 둘 다 똑같이 사랑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이 대답에 만족하는 아내와 어머니는 없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어머니고 당신은 내가 일생을 같이 살고 싶은 멋진 여자야’라고 답할 때 아내도 어머니도 만족합니다. “똑같이 사랑받는 건 뭔가 사랑을 덜 받는 것이지만, 특별한 존재로서 각기 다르게 사랑하는 것은 필요한 만큼 사랑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형제자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평하게 대하고 싶다면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필요에 맞춰 대해야 합니다. 각자 필요에 맞춰 대할 때 불만이 없고, 공평해집니다.

조금 감이 잡혔습니다. 공평함의 초점은 내가 아이에게 무엇을, 얼마나 주느냐가 아니라 아이가 흡족해하고 있나, 아이의 욕구가 충족되었나였던 것이죠. 그에 맞춰 저도 ‘절대적인 공평함’아닌 ‘필요에 맞춘 공평함’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더군요. 가령 첫째와 둘째에게 과자를 얼만큼 먹고 싶냐고 묻고, 먹고 싶다는 만큼 주면 좋아하다가도 오빠가 더 많이 들고 있는 걸 본 둘째는 ‘나도 더!’를 외쳤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주면 이번에는 첫째가 ‘나도 더!’를 외쳤고요. 아이들에게 ‘내가 필요한 만큼’은 ‘오빠보다(혹은 동생보다) 더 많이’인 것 같았습니다.

다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어렸을 때를 떠올렸습니다. 우리 삼남매도 부모님께 ‘나도 더!’를 외쳤었습니다. ‘정말 과자를 더 먹고 싶었나?’ 기억해보니 아니더군요. 부모님이 더 많이 사랑해서 과자도 더 많이 준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과자를 더 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았을 때 “엄마는 언니만 예뻐해!” 토라졌던 걸 보면요. 그래서 둘째가 “나도 더!”라고 이야기할 때 과자를 더 주는 대신 “과자를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으니까, 이번에는 결이만 특별히 엄마 사랑 과자를 더 줄까? 이리와. 꼭 안아줄께!”라고 했습니다. 다가와 폭 안기더군요. 과자를 더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과자 쟁탈전’이 아니라 ‘엄마 사랑 쟁탈전’이었던 거죠. 그렇게 두 번째 고민이 해결됐습니다. (물론 가끔은 ‘엄마 사랑 과자’가 아닌 진짜 과자를 더 원할 때도 있습니다. 안아줘도 과자를 더 원하면 조~금 더 주면 만족합니다)





#장난감 전쟁에 대처하는 자세

아이들이 조금 자라자 ‘내꺼 쟁탈전’이 추가 됐습니다. 특히 장난감을 두고요. 참 신기하게도 거실 한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첫째의 장난감을 둘째가 만지면 첫째가 어느 순간 나타나 장난감을 빼앗습니다.

“만지지 마!”
“내가 찾았어!”
“원래 내 거잖아!”
“오빠 안 가지고 놀았잖아!”
“가지고 놀려고 했어!”

이어 둘째의 울음이 터집니다. 제 딴에는 중재하려고 “잠깐만 가지고 놀라고 해”라고 하면 첫째도 “내 거야!” 라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어디 있었는지도 몰랐던 장난감인데 단지 둘째가 가지고 논다는 이유로 갑자기 소중한 장난감이 되는 게 황당해 윽박을 질렀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이들은 자신의 소유물을 자신의 일부로 여긴다고 하더군요. 어린아이들은 아직 일상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것으로 확정하길 원한다는 겁니다. 아이들에게는 단지 연필 한 자루, 단지 스케치북 한 장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특히 장난감은 아이들 세계에서는 아주 중요하고요.





<형제자매는 한 팀>의 저자인 니콜라 슈미트는 그러다보니 아이들 사이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역제안을 하더군요.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그 싸움을 통해 아이들이 “함께 노는 법과 ‘재물’을 나누는 법”을 찾게 도와주라고요. 싸움으로 시작했지만 모두 흡족하게 웃으며 마무리하는 협상으로 끝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부모는 아이들의 싸움을 차근차근 중재하면 됩니다.

아이들 사이에 큰 소리가 나면 일단 ① “큰 소리가 들렸는데,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니?” 침착하게 접근해 아이들을 안정시키고 (혹은 엄마가 있는 곳으로 아이들을 부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싸움이 일어난 장소를 벗어나는 것 만으로도 진정되는 효과가 있거든요) ②”무슨 일이 있었어?” 물으며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습니다. ③ “그랬구나. 결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던 건 아니구나” 방금 일어난 일과 그로 인한 각자의 기분을 서로가 알게 설명해 줍니다. ④ “어떻게 하면 좋겠어?” 각자 바라는 바를 말하게 하고 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부모가 몇 가지 안을 내고 그 중에 선택하게 할 수 있고, 아이들이 자라면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돕습니다. ⑥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택한 해결책을 적용하는 것으로 끝.

한 마디로 아이들이 싸울 때 부모의 역할은 잘잘못을 따져 승자, 패자를 가리는 심판관이 아니라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게 도와주는 중재자인 겁니다. 제가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고자 “잠깐만 가지고 놀라고 해”라고 했던 건, 부모의 역할을 잘못 파악했던 것이죠. “웅이도 결이도 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둘 다 가지고 놀 수 있을까?” 묻고 해결책을 찾게 도와줬어야 하는 겁니다. 그 뒤로는 아이들 싸움에 끼어 해결하는 대신 아이들 싸움에서 한 발 떨어져 두 아이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합니다.





비단 형제자매사이의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며 놀이터에서,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이니까요. 아이들끼리 싸울 때 ‘내 잘못 네 잘못’을 따지는 대신 싸움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집에서부터 연습하면 친구들과 다툼이 생겨도 서로를 비난하는 대신 같이 웃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겁니다.

그리고 부모자식사이의 일만도 아닙니다. 아이들을 '필요에 따라 공평'하게 대하며, 아이들의 싸움을 중재하며 남편과의 관계도 편해졌거든요. 집안일을 나눌 때 '누가 집안일을 더 많이 했는지'를 따지곤 했는데 이제는 '누가 더 피곤한지'를 따집니다. 더 피곤한 사람이 더 쉴 수 있게 서로 배려를 하려고 합니다. 부부싸움을 할 때도 '내 잘못 네 잘못'이 아닌 '우리가 같이 웃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두고 이야기하고요. 아이들을 키우며 이런 변화들이 알게 모르게 쌓이는 걸 보면, 이래서 부모가 되어야 진짜 어른이 된다고들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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