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국어 수업 시간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심심한 사과 논란’은 최근 잇따르는 문해력 논란의 연장선에 있는데요. 요즘 아이들이 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그 안의 생각과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해력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문해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슬로리딩’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 아이와 함께 슬로리딩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슬로리딩 (Slow Reading) 은 무엇일까?

슬로리딩은 Slow(느린) + Reading(읽기)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직역하자면 느리게 읽기이지만, 단순히 속도에 국한된 독서 방법은 아닙니다. 책 한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해부하듯 읽되, 단어 하나하나에도 자신의 생각을 더하며 읽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면, 등장인물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숨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거나, 내가 만약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지요. 즉, 슬로리딩은 기존의 ‘정독’에 능동적인 활동이 더해진 독서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슬로리딩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책에 대한 자연스러운 흥미 유발

슬로리딩의 기본은 강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시작할 때에는 표지만 봐도 괜찮고, 제목만 읽어도 괜찮고, 그림만 봐도 괜찮습니다. 그저 아이의 관심사와 연결 지어 생각할 거리를 찾아내면 됩니다. 질문을 던지고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 아이는 책을 펼치고 읽어나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나아가 천천히 책을 읽어 나가면서 주인공과 친해지고 이야기 전개에 빠져들면서 책에 대한 흥미를 자연스럽게 갖게 됩니다.

어휘력과 문해력 향상

슬로리딩을 하면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영어 단어장을 만들어정리하 듯 말이죠. 이렇게 쌓은 탄탄한 어휘력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책의 장별 구성을 살펴보고, 제목을 지어 봅니다. 이어 다시금 문장이 주는 의미를 찾아보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해보며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슬로리딩을 지속해 나가다 보면 깊이 읽으면서도 책의 빠르게 맥락을 짚어내고 주제를 찾아내는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사고력과 창의력 증진

슬로리딩에서는 모든 질문을 환영합니다. 책에 대한 기본 사항을 질문하는 것, 주제를 정해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포함해 아이의 느낌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과정 속에서 점점 더 깊이 생각하는 낯선 질문을 통해 사고력이 키워집니다. 또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소화시키고 다시금 머릿속에 재배치하는 과정의 슬로리딩은 생각의 구조를 다져주어 응용력과 창의력을 키워주게 됩니다.

집에서 해 볼 만한 슬로리딩 활동

슬로리딩 독서법은 일본의 중학교 교사인 하시모토 다케시에 의해 처음 언급되었습니다. 그는 실제로 <은수저> 300페이지 분량의 소설책을 활용해 3년 동안 국어 수업을 해왔는데요.

국어 수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에서 연날리기 장면이 나오면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직접 연을 날리고, ‘막과자'라는 주전부리가 소설에 등장하면 막과자를 실제로 먹어보거나, 막과자가 왜 등장했는지 배경조사를 했습니다. 모두 슬로리딩 활동의 일환이었던 것이죠. 이처럼 슬로리딩 활동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책 속에 나오는 게임을 해보거나 한 구절, 한 단어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하는 모든 것이 슬로리딩 활동입니다.

다만, ‘속독’, ‘다독’에 익숙한 우리에게 막상 ‘정답 없는’ 독서활동이 막막하실 수도 있으실텐데요. 다음은 하시모토 소설 <은수저>로 수업하며 진행한 슬로리딩 활동입니다. 참고해서 적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슬로리딩을 위한 추천 도서!

하시모토 다케시가 소설 <은수저>를 슬로리딩 책으로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기준이었습니다. 1) 문장의 길이가 짧지도 않고 적당하면서도 다루기 쉬운 것 2) 독서를 하면서 여러 가지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 즉, 지식이 쌓여 가는 즐거움을 통해 국어라는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되살릴 수 있는 것이었죠.

또한, 슬로리딩은 꼼꼼히 읽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아이가 원하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인지, 조금이라도 흥미를 가지고 있는 소재인지 아이와 함께 상의 후 고르는 것이 가장 좋겠죠.

초등학교 슬로리딩 수업 사례를 포함한 『수업, 슬로리딩과 함께』 라는 책에서 추천한 학년별 도서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문해력, 국어 능력의 중요성 모두 알고 계실텐데요. 자녀에게도 단순히 "국어 실력은 중요해"라고 말하기 보다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그런 사실을 깨닫고 느낄 수 있도록 책 한권을 곱씹어 꾸준히 읽도록 도와주는 건 어떨까요? 이번 가을 아이들과 함께 독서의 계절을 한껏 누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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