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등 심리 상담, 심리상담 전문가에게 배워요! 자녀의 부정적인 감정 다루는 법
2022.09.13“아니! 뭘 잘했다고 지금 짜증 내는 거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딱 맞을 정도로, 아이들 속을 알지 못해 답답할 때가 참 많습니다. 재미있게 놀다가 숙제만 하려고 하면 짜증을 툭 내기도 하고, 친구와 싸우고 와서는 잘 지내는 동생에게 가서 화풀이하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짜증을 지켜보는 건 부모님에게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인 이상 부정적인 감정을 견디는 데에도 한계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이의 짜증과 삐딱한 태도에 버럭 화를 내며 대화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는 상처받은 마음만 남게 되지요. 아이들이 표출하는 부정적인 감정, 어떻게 다뤄주면 좋을까요?
1. 도대체 무엇이 짜증나는 걸까요? (학년별 스트레스 요소)
아이들을 살펴보면, 학년별로 짜증이 나는 이유가 조금씩 다릅니다. 이때, 아이들이 주로 어떤 이유로 힘들어하는지 이해하고 있다면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에도 더욱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그렇다면 초등학교 아이들이 자주 느끼는 스트레스 요소를 한번 살펴볼까요?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은 처음으로 학교라는 큰 공간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단체생활을 하게 됩니다. 물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단체생활을 경험해보긴 했지만, 초등학교는 규모부터 큰 차이가 나서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고 낯설 수도 있습니다. 또한 40분이라는 시간 동안 집중해서 앉아있어야 하고, 다양한 과목을 새롭게 배우고 익히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아요. 안 그래도 부모님과 떨어져서 학교 오기가 쉽지 않은데, 학교에서 오랜 시간 지내야 한다면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가기 싫어요, 학교가 재미없어요’ 라며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기 쉬워요.
이럴 때는 “맞아. 초등학교는 유치원보다 많이 지켜야 할 규칙도 많고,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아서 힘들 수 있어”라며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세요. 그 뒤에는 “그래도 이렇게 스스로 잘 일어나고 글씨도 예쁘게 쓰려고 노력하는 거 정말 멋진걸?”과 같이 아이들이 노력하고 잘 해내고 있는 점을 짚어주며 스스로 뿌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아이들은 더욱더 용기를 가지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은 저학년에 비해 학교환경과 생활 규칙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학교생활이 편안해지고 스스로 해내는 즐거움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아이들이 마주치게 되는 복병이 있습니다. 바로 ‘공부’입니다. 많은 분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야 공부를 힘들어한다고 생각하시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점이 3학년 2학기부터라고 해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읽기와 쓰기가 자동화되지 않거나 학습 내용이 어려워지면서 교실에서 쉽게 산만해지는 아이들도 생겨납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교우관계에서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인관계의 주요 대상이 부모님에게서 또래 친구로 옮겨가면서 ‘또래 집단’이 중요해지기 때문이죠.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의 그룹에 소속되고 싶으면서도, ‘내 편’인 단짝을 만들어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또래 집단 내에서도 경쟁이나 질투, 소외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공부가 어렵거나 친구와 잘 지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먼저 알리는 것을 주저합니다. 이러다가 더 혼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이 시기의 아이들이 짜증을 내거나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면, 혹시 공부나 교우관계에 어려움은 없는지 먼저 파악해주세요. “요즘 마음이 좀 힘든 것 같은데 혹시 학교에서 힘든 일 있니?”라며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살피며 질문해주신다면 아이들의 마음도 조금씩 열릴 수 있습니다. 공부와 친구문제 모두 단번에 해결되는 일은 아니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실마리가 풀릴 수 있어요. 누군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옆에서 함께 버텨주는 부모님이 되어주세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2차 성징으로 인해 신체·인지·정서발달에도 큰 변화가 나타납니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이죠. 이 시기의 아이들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이유 없이 짜증을 내거나 반항하기도 하고, 이전보다 더욱 또래 관계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의 한마디가 더욱 중요해지고, 부모님과 선생님의 권위적인 말을 듣기를 거부해요.
또한 이 시기는 ‘나는 누구인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뭐지?’와 같은 생각이 많아지는 자아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로, 자기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스스로 평가하고 판단해서 결정하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때로는 어른의 의견에 반박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의견도 함께 존중받기를 원하다 보니 부모님, 선생님과 마찰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며 짜증과 자기주장이 많아진다면 이것을 반항이 아니라 ‘정상적인 발달’의 시기로 바라봐주세요. 대신 아이들의 말투가 뾰족해져서 마찰이 발생한다면 “네 말이 뭔지 알겠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이때 이렇게 말해주면 좀 더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하며 서로 부드럽게 존중하는 대화가 오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세요.
2. 그럼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며 짜증을 내고 화낼 때, 부모님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이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지켜보고 다뤄주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감정조절이 미숙한 것이 정상입니다. 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해서 행동을 계획·실행하는 전두엽의 발달이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때에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짜증에 똑같이 짜증으로 반응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문제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버리고 끝나지 않는 감정싸움만 지속되어 버립니다. 아이 역시 자신이 무엇 때문에 짜증이 났는지, 어떻게 하면 짜증이 가라앉을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놓치게 돼요. 이럴 때는 부모님의 정서적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짜증을 내는 것은 나에게 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부정어로 짜증을 낼 때 아래와 같은 부모님의 반응은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더욱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럴 거면 학교 가지 마!”
“어디에서 말대답이야! 그런 말 누구한테 배웠어!”
“친구들끼리 싸울 수도 있지”
이러한 반응은 아이의 감정을 판단하거나, 감정을 무시한 채 행동만 평가한 반응이에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로서는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혼내는 부모님이 원망스럽고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들의 부정적 감정을 인정하고, 마음을 알아주는 공감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럼 짜증이 좀 날 수 있겠어”
“지금은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우리는 조금 뒤에 이야기하자”
짜증 내고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는 부모님의 마음 같아서는 빨리 해결해주고 싶겠지만, <해결> 이전에 <공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아이의 상황을 파악하고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꼈을 지 헤아려보시고 “짜증이 났나 보다”, “친구가 그런 말을 하면 서운했겠어” 와 같이 감정 단어를 말로 표현해주세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공감의 언어를 듣게 된다면, 아이들의 마음 역시 조금씩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감정을 가라앉히는 경험 역시 아이들에게는 큰 배움입니다. 이때에는 아이들이 배울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세요.
감정의 공감을 받은 아이는, 마음의 그릇이 넓어지면서 부모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정서적 여유가 생깁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아이가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 행동을 알려주세요. 감정은 차단하고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해도 되는 행동과 하면 안 되는 행동을 제대로 분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짜증이 난 것 자체는 잘못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짜증이 났다고 무작정 소리를 지르거나, 부모님께 화풀이하는 등의 행동은 개선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행동하는 방법을 분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는 “짜증이 날 수 있어. 그럴 때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해도 괜찮아. 그런데 갑자기 엄마한테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내면 엄마는 너를 제대로 도와줄 수가 없어. 다음에는 엄마한테 어떤 일이 힘들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라며 아이의 감정은 수용하되 대안 행동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해요. 이때,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았을 때 자기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습니다. 음악 감상, 산책하기, 그림 그리기, 일찍 잠들기, 운동하기, 맛있는 간식 먹기 등은 매우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요약 정리!
버럭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며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좋은 것만 경험하고 긍정적 정서만 느끼면 좋겠지만,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고 자기 마음같이 되지 않는 상황에 짜증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부정적 정서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부정적 정서를 느끼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마음의 그릇은 더욱 넓고 깊어지게 되기 때문이죠. 감정조절이 미숙할 수 있는 지금 시기에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받는 경험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이해받는 과정에서 감정의 이유를 명확히 알게 된다면, 적절한 행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어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부모님의 도움으로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건강하게 해결하는 경험을 쌓게 된다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는 날도 어느새 찾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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