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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놀이하며 배우고 자라요! ‘놀이교육’의 3가지 효과와 TIP

경로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있어 놀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유아에게 적용되는 교육과정인 누리과정 역시 놀이를 중심으로 하여 유아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시행 중이지요. 그럼에도 여전히 양육자의 입장에서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실제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진짜 배움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한 것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놀아주어야 도움이 되는지 등 아이의 놀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원해 것인지에 대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오늘은 놀이의 효과 중에서도 특히 자기주도학습 능력 발달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가정에서 이러한 놀이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놀이로 키우는 자기주도학습 능력

놀이는 아이들의 신체, 정서, 사회성 발달뿐만 아니라 인지 발달, 학습능력 발달의 관점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유아 및 초등 저학년기에는 스스로 즐기며 배우고 익히는 힘, 즉 자기주도학습 능력의 뿌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요. 아이는 자신이 주도하는 놀이를 통해 자기주도학습의 세 가지 핵심 역량을 더욱 균형있고 탄탄하게 길러냅니다.


▷스스로 해내는 힘_주도성

자기주도학습의 첫 번째 핵심은 아이가 ‘스스로’ 학습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지시 없이 무언가를 알아서 뚝딱 해내는 것은 아이로선 참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해요. 사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이지요. 저 역시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려는 순간에는 막막하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이 꽤 많거든요. 그러므로 아이에게는, 본격적으로 학업을 통한 성취가 중심이 되는 초등 고학년 시기 이전에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무언가를 경험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그런데 아이의 일상을 잘 살펴보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제시간에 일어나 유치원 또는 학교에 가야 하고, 정해진 일과에 따라야 하며,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활동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아이의 일상 대부분은 누군가의 지시에 따르는 것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면에서 온전히 아이의 선택에 따라 이루어지는 놀이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스로 하기를 반복하며 익히기에 아주 좋은 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원하는 대로 블록을 연결했더니 멋진 자동차 도로가 만들어지고, 마음대로 그리고 칠했더니 아름다운 성이 생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 누구보다 멋지고 대단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경험을 자주, 반복적으로 해온 아이는 학습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방식으로 먼저 다가가 배우기를 시도합니다. 자연스럽게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질 준비가 되는 것이지요.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힘_계획성

유초등기 아이들의 놀이 속에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목표와 계획’이 있다는 것입니다. 목표를 지니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운다는 건 인지 발달에 있어 엄청난 변화를 의미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일이나 상황을 고려하고 예측하며, 그것을 자신의 행동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 즉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니까요.

이것이 바로 자기주도학습의 두 번째 핵심입니다. 목표를 정한다는 것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위해 적절한 수단과 방법을 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있어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파악한 후, 의도에 따라 이를 쪼개어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고요.

예를 들어,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가 TV에서 카레이싱 장면을 본 후 자신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해봅시다. 우선 ‘자동차 경주 놀이’를 목표로 정한 후 어떻게 이 놀이를 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함께 놀이할 친구들을 초대하고, 경주장과 자동차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결정할 것입니다. 블록으로 경주장과 자동차를 만들기로 했다면, 다음은 계획을 세울 차례입니다. 여러 종류의 블록 중 큰 조각으로는 자동차 경주장을 만들고 작은 조각으로는 자동차를 만들겠다거나, 친구들과 역할을 나누고 그에 맞는 구조물을 각자 만들어 합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이처럼 명확하고 구체적인 자원을 목표와 계획에 맞게 활용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점차 추상적인 개념까지도 그 범위를 넓혀갈 수 있습니다. 특히 가장 추상적인 개념 중 하나인 ‘시간’ 까지도 스스로 파악하고 적절히 배분하여 목표를 위해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놀이를 조망하는 힘_메타인지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메타인지’라는 용어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특히 학습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참 많이 다뤄지고 있는 개념이지요.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존 플라벨(J. H. Flavell)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인 메타인지(상위인지)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인지수준을 그보다 상위 단계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메타인지가 높은 아이는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대해 정확히 판단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학습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효율이 높아지니 학습의 결과 역시 좋아지게 되고요.

그런데 놀랍게도 유아기 아이의 놀이 속에서, 특히 역할놀이 장면에서 이 메타인지의 사용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곤 합니다. 엄마, 아빠, 아기로 각자 역할을 맡아 놀이하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우리 이제부터는 밥 먹는 시간이라고 하자. 아기는 우유병을 들어야 해.”라며 극의 장면을 설정하기도 하고, “그릇이랑 숟가락이 필요해. 저쪽에서 가지고 와야겠어.”라며 그 장면에 필요한 재료나 도구를 챙기기도 하지요. 연극에 빗대어 보자면 자신의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뿐만 아니라 극 전체의 진행과 흐름을 총괄하는 감독의 관점까지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놀이 속에 있다가도 필요할 때에는 그 장면에서 빠져나와 상위 관점에서 상황 전체를 조망하고 재구성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메타인지의 핵심과 맥이 닿아 있음이 느껴지시나요? 바로 여기에서부터 메타인지 능력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게 되는 것입니다.


가정에서의 놀이 지원 TIP!



1. 아이의 놀이를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계획하고 만들어 내고 또 변형합니다. 현실 세계에서의 상황 못지 않게 많은 일들이 놀이 세계에서 일어나요.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찬찬히,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이미 너무나 현실 세계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기가 쉽지요. 이때,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아이가 하는 놀이를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무슨 말이 오가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시도하는지를 살펴보세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총 동원해 놀이 속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일 거예요. 놀이를 가만히 바라봐주는 양육자의 시선만으로도 아이들은 자신이 지금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으며 양육자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느낍니다.


2. 함께 놀이하되, 이끌지 말고 따라가세요.

아이들은 종종 자신의 놀이에 양육자를 초대합니다. 함께 놀이하며 상호작용할 대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이지요. 그러므로 양육자는 어디까지나 아이들이 만든 놀이 상황에 초대된 손님이어야 해요. 이때 양육자가 놀이 동료가 아닌 ‘어른’ 혹은 ‘가르치는 사람’의 관점으로 놀이에 합류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손님이 선을 넘으면 놀이의 주인인 아이는 놀이를 주도하고 계획하며 조망하는 과정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놀이하는 존재입니다. 도와주지 않아도 자신의 놀이를 펼쳐 나갈 힘을 지니고 있으며, 어려움이 있을 땐 그에 맞는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내재되어 있어요. “그런데 자동차가 영어로 뭐였더라?”, “여기서는 그게 아니라 이렇게 해야지.” 라며 지식을 확인하거나 가르치려는 의도로 놀이에 접근하면 기가 막히게 알아차려요. 우리가 보기에는 실컷 논 것 같은 데도 여전히 못 놀았다, 부족하다고 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힘을 내보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지요. 한 발 뒤에 서서 아이의 놀이를 바라봐주고,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놀이하며 즐겁게 상호작용하는 것. 놀이하며 배우고 놀이하며 자라는 아이들에겐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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